본문으로 건너뛰기

회원가입 없이 1장을 무료로 읽어보세요.

도서명 또는 장르 검색
장바구니

장바구니가 비어 있습니다.

전체 도서 보기

메뉴 열기 및 닫기
William Hope Hodgson의 소설 『이계의 집』 표지

무료 미리보기

이계의 집

William Hope Hodgson 지음

William Hope Hodgson의 퍼블릭 도메인에 속하는 고전 · NovelSpell의 새 번역

에디션 선택하기

이계의 집

William Hope Hodgson

제1장 원고의 발견

아일랜드 서쪽 깊숙한 곳에 크레이튼이라는 아주 작은 마을이 있다. 낮은 언덕 기슭에 홀로 자리한 마을이다. 사방으로는 황량하고 사람이 살기에는 도무지 적합하지 않은 땅이 멀리까지 펼쳐져 있다. 그곳을 가다 보면 아주 드문드문, 오래전에 버려져 이엉마저 사라진 채 앙상하게 남은 오두막의 잔해를 마주치기도 한다. 온 땅이 헐벗은 채 인적 하나 없다. 흙조차 그 아래 놓인 바위를 겨우 덮고 있을 뿐이며, 지천으로 깔린 바위는 군데군데 물결 모양의 능선을 이루며 땅 위로 솟아 있다.

그처럼 황량한 곳인데도 내 친구 토니슨과 나는 그곳에서 휴가를 보내기로 했다. 토니슨은 전해에 긴 도보 여행을 하다가 순전히 우연히 그곳에 이르렀고, 작은 마을의 변두리를 흐르는 이름 없는 강이 낚시하기에 알맞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강에는 이름이 없다고 앞서 말했거니와, 지금껏 내가 찾아본 어느 지도에도 그 마을이나 강이 표시되어 있지 않다는 말을 덧붙여 둔다. 둘 다 세상의 눈에 전혀 띄지 않았던 모양이다. 실제로 여느 여행 안내서의 설명만 보아서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 곳이나 다름없다. 가장 가까운 기차역인 아드라한역이 40마일쯤 떨어져 있다는 사실로 이런 사정이 어느 정도 설명될지도 모른다.

내 친구와 내가 크레이튼에 도착한 것은 어느 따뜻한 날 이른 저녁이었다. 우리는 전날 밤 아드라한에 도착해 마을 우체국에서 빌린 방에서 잠을 잤고, 이튿날 아침 일찍 그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륜마차 한 대에 위태롭게 매달린 채 길을 나섰다.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험한 길이나 다름없는 길들을 지나오느라 하루가 꼬박 걸렸고, 우리는 녹초가 된 데다 짜증도 조금 난 상태였다. 그래도 먹거나 쉬려면 먼저 천막을 세우고 짐을 정리해야 했다. 그래서 우리 마부의 도움을 받아 일을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마을 바로 바깥, 강에서도 아주 가까운 자그마한 땅에 천막을 세웠다.

그런 다음 짐을 모두 들여놓고 마부를 돌려보냈다. 마부는 되도록 서둘러 돌아가야 했기에, 2주일 뒤에 우리를 데리러 오라고 일러 두었다. 그동안 먹기에 충분한 양식을 가져왔고, 물은 강에서 구할 수 있었다. 땔감도 필요 없었다. 짐 속에 작은 석유곤로를 챙겨 왔고, 날씨도 맑고 따뜻했기 때문이다.

오두막에서 방을 얻는 대신 야영을 하자는 것은 토니슨의 생각이었다. 토니슨의 말인즉, 한쪽 구석에는 튼실한 아일랜드인 대가족이 있고 다른 쪽 구석에는 돼지우리가 있으며, 머리 위에서는 횃대에 앉은 꾀죄죄한 닭 떼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축복을 내려 주는 데다, 온통 이탄 연기로 가득해 문 안으로 머리만 들이밀어도 재채기를 하다 머리가 떨어져 나갈 판인 방에서 자는 게 무슨 재미가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토니슨은 벌써 곤로에 불을 붙이고 프라이팬에 베이컨을 썰어 넣느라 바빴다. 그래서 나는 주전자를 들고 물을 길으러 강으로 내려갔다. 가는 길에 마을 사람 몇이 모여 있는 곳을 바짝 지나야 했다. 사람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렇다고 적대적인 기색은 없었으나, 누구 하나 선뜻 말을 걸어오지는 않았다.

주전자에 물을 가득 채워 돌아오는 길에 나는 그들에게 다가갔다. 다정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그들도 같은 식으로 답례했고, 나는 가볍게 낚시에 관해 물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대답하는 대신 말없이 고개를 저으며 나를 빤히 쳐다볼 뿐이었다. 나는 바로 옆에 있던 키 크고 깡마른 사내에게 좀 더 분명히 말을 걸어 같은 질문을 되풀이했다. 그래도 대답은 없었다. 그러더니 사내가 동료를 돌아보고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무언가를 빠르게 말했다. 그러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떠들기 시작했는데, 잠시 듣고 있자니 온통 아일랜드어인 듯했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자주 내 쪽을 흘끔거렸다. 아마 1분쯤 그렇게 자기들끼리 이야기했을 것이다. 그러더니 내가 말을 걸었던 사내가 다시 나를 돌아보며 무언가를 말했다. 얼굴에 떠오른 표정을 보니 이번에는 사내가 내게 질문을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고개를 저으며 무엇을 알고 싶어 하는지 알아듣지 못하겠다는 뜻을 전해야 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며 서 있다가, 주전자를 가지고 빨리 오라고 토니슨이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그들을 떠났다. 모여 있던 사람들도 모두 미소와 끄덕임으로 답례했지만, 얼굴에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기색이 남아 있었다.

천막으로 돌아가며 생각해 보니, 황야에 옹기종기 모인 저 오두막 몇 채의 주민들은 영어를 한마디도 모르는 것이 분명했다. 토니슨에게 그 이야기를 하자 이미 알고 있었다고 했다. 게다가 그 지방에서는 전혀 드문 일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사람들은 바깥세상과 한 번도 접촉하지 않은 채 외딴 마을에서 평생을 살다 죽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다.

“마부가 떠나기 전에 통역을 부탁할걸 그랬네.” 식사를 하려고 앉으며 내가 말했다. “이곳 사람들이 우리가 뭘 하러 왔는지조차 모른다니 참 이상한 기분이네.”

토니슨은 낮은 소리로 맞장구를 치고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어느 정도 허기가 가시자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며 다음 날의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런 다음 담배를 피우고 천막 입구의 덮개를 닫은 뒤 잠자리에 들 준비를 했다.

“밖에 있는 저 사람들이 물건을 집어 갈 염려는 없겠나?” 저마다 담요로 몸을 감싸며 내가 물었다.

토니슨은 그럴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적어도 우리가 근처에 있는 동안에는 말이다. 이어 설명하기를, 양식을 담아 온 커다란 궤짝에 천막을 제외한 모든 물건을 넣고 자물쇠를 채우면 된다고 했다. 나는 동의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둘 다 잠이 들었다.

이튿날 아침 일찍 일어난 우리는 강에 가서 헤엄을 친 뒤 옷을 입고 아침을 먹었다. 그러고는 낚시 도구를 꺼내 손질했다. 그사이 아침밥도 어느 정도 소화되었으므로, 천막 안의 물건들을 모두 단단히 갈무리하고 내 친구가 지난번에 와서 둘러보았던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우리는 하루 동안 강을 꾸준히 거슬러 올라가며 즐겁게 낚시를 했고, 저녁 무렵에는 근래 보기 드물게 탐스러운 물고기 한 바구니를 거두었다. 마을로 돌아와 그날 잡은 물고기로 배불리 식사를 한 뒤, 그중 좋은 놈 몇 마리를 아침거리로 골라 두고 나머지는 마을 사람들에게 주었다. 사람들은 예의를 차려 조금 떨어진 곳에 모여 우리가 하는 일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은 몹시 고마워하는 듯했고, 내 짐작에 아일랜드어로 비는 축복의 말을 산더미처럼 우리 머리 위에 쌓아 놓았다.

우리는 그렇게 며칠을 보냈다. 낚시는 더없이 잘되었고, 잡은 물고기를 맛있게 먹어 치울 만큼 식욕도 왕성했다. 마을 사람들이 우리를 무척 다정하게 대해 주려는 데다, 우리가 자리를 비운 동안 물건에 손댄 흔적도 전혀 없어 기뻤다.

크레이튼에 도착한 것은 화요일이었고, 우리가 커다란 발견을 한 것은 그다음 일요일이었다. 그때까지 우리는 늘 상류로만 갔다. 하지만 그날은 낚싯대를 놔둔 채 먹을 것을 좀 챙겨 반대 방향으로 긴 산책을 나섰다. 따뜻한 날이었다. 우리는 느긋하게 걸어가다가 정오 무렵 강둑 가까이에 있는 크고 넓적한 바위에 앉아 점심을 먹었다. 그러고는 한동안 앉아서 담배를 피우다가, 가만히 있는 것이 지겨워지고 나서야 다시 걷기 시작했다.

아마 한 시간쯤 더 걸었을 것이다.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조용하고 편안하게 나누며 발길 닿는 대로 나아갔다. 그림도 제법 그리는 동행이 황야의 인상적인 풍경을 대강 스케치하느라 몇 차례 걸음을 멈추기도 했다.

그런데 아무런 예고도 없이, 우리가 그토록 의심 없이 따라온 강이 뚝 끊겼다—땅속으로 사라져 버린 것이다.

“맙소사!” 내가 말했다. “누가 이런 걸 상상이나 했겠나?”

나는 놀라서 그곳을 빤히 바라보다가 토니슨을 돌아보았다. 토니슨도 강이 사라진 지점을 멍한 얼굴로 보고 있었다.

잠시 뒤 토니슨이 입을 열었다.

“조금 더 가보세. 다시 나타날지도 모르잖나—어쨌든 살펴볼 가치는 있네.”

나는 동의했고, 우리는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다만 어디로 찾아가야 할지 확실치 않아 다소 정처없는 걸음이었다. 1마일쯤 갔을까. 호기심 어린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던 토니슨이 멈춰 서더니 손을 들어 눈에 비치는 햇빛을 가렸다.

“저기 보게!” 잠시 뒤 토니슨이 말했다. “오른쪽 저 멀리, 저 커다란 바위가 있는 방향에 보이는 게 안개 같은 것 아닌가?” 그러면서 손으로 그쪽을 가리켰다.

나는 그곳을 빤히 바라보았다. 1분쯤 지나자 무엇인가 보이는 듯했으나 확실치는 않았고, 그렇다고 대답했다.

“어쨌든 저리 가서 한번 살펴보세.” 내 친구가 대답했다. 토니슨은 자신이 가리킨 쪽으로 걸음을 옮겼고, 나는 뒤를 따랐다. 얼마 뒤 우리는 덤불 사이로 들어섰다가, 한참 만에 커다란 바위들이 널린 높은 둔덕 위로 나왔다. 그곳에서 우리는 나무와 덤불이 마구 우거진 아래쪽을 내려다보았다.

“돌로 뒤덮인 이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것 같군.” 토니슨은 흥미롭게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러더니 시선을 한곳에 고정한 채 말이 없어졌고, 나도 그쪽을 보았다. 나무 우거진 저지대의 한가운데쯤에서 안개 같은 물보라가 커다란 기둥을 이루며 고요한 대기 속으로 높이 솟아올랐고, 햇살을 받아 무수한 무지개가 어리고 있었다.

“참 아름답군!” 내가 탄성을 질렀다.

“그렇군.” 토니슨이 생각에 잠겨 대답했다. “저기 폭포 같은 게 있는 모양일세. 우리가 따라온 강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건지도 모르겠군. 가서 보세.”

우리는 둔덕의 비탈을 내려가 나무와 덤불 사이로 들어섰다. 덤불은 서로 뒤엉켜 있었고 나무들은 머리 위로 가지를 드리우고 있어, 그곳은 불쾌할 만큼 음침했다. 그래도 나무 가운데 과실수가 많다는 것과 군데군데 아주 오래전에 가꾸었던 희미한 흔적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아보지 못할 만큼 어둡지는 않았다. 그제야 우리는 크고 오래된 정원이 제멋대로 우거진 속을 헤쳐 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니슨에게 그렇게 말하자, 내 생각에 분명 그럴듯한 근거가 있어 보인다며 동의했다.

얼마나 거칠고 쓸쓸하고 음산한 곳이던가! 앞으로 나아갈수록 어쩐지 옛 정원의 고요한 적막과 버려진 기운이 점점 더 내게 스며들었고, 몸이 오싹해졌다. 뒤엉킨 덤불 사이에는 무언가 숨어 있을 것만 같았고, 그곳의 공기 자체에도 섬뜩한 무언가가 감도는 듯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토니슨 역시 그런 기운을 느꼈으리라 생각한다.

갑자기 우리는 걸음을 멈췄다. 나무 사이로 먼 곳에서 나는 소리가 차츰 귀에 들어왔던 것이다. 토니슨은 몸을 앞으로 숙이고 귀를 기울였다. 이제 내게도 좀 더 뚜렷이 들렸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거친 소리였다—멀리서 웅웅거리며 울려 오는 굉음 같았다. 기묘하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불안이 조금 느껴졌다. 우리는 도대체 어떤 곳에 들어온 것일까? 토니슨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려고 쳐다보았으나, 얼굴에는 어리둥절한 기색밖에 없었다. 그러다 내가 지켜보는 동안 그 얼굴에 뭔가 깨달은 표정이 서서히 떠올랐고, 토니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건 폭포 소리일세.” 토니슨이 확신에 차서 외쳤다. “이제 무슨 소리인지 알겠네.” 그러고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힘차게 덤불을 헤치며 나아가기 시작했다.

앞으로 갈수록 소리는 점점 또렷해졌다. 우리가 그쪽을 향해 똑바로 가고 있다는 뜻이었다. 굉음은 갈수록 크고 가까워졌다. 거의 발밑에서 나는 것 같다고 내가 토니슨에게 말할 정도였다—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나무와 덤불에 둘러싸여 있었다.

“조심하게!” 토니슨이 내게 소리쳤다. “발밑을 잘 보게.” 그러고는 갑자기 나무 사이를 벗어나 너른 공터로 나왔다. 우리 앞 여섯 걸음도 안 되는 곳에 거대한 구렁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굉음은 그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듯했고, 멀리 둔덕 꼭대기에서 보았던 안개 같은 물보라도 끊임없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우리는 꼬박 1분 동안 말없이 서서 어리둥절한 채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내 친구가 조심스럽게 심연의 가장자리로 다가갔다. 나도 뒤따라갔고, 우리는 나란히 소용돌이치는 물보라 너머를 내려다보았다. 100피트 가까이 아래쪽 구렁의 벽에서 거품 이는 물줄기가 뿜어져 나와 거대한 폭포를 이루고 있었다.

“맙소사!” 토니슨이 말했다.

나는 말없이 그 광경에 얼마간 압도되어 있었다. 뜻밖에도 너무나 웅장하고 으스스한 광경이었다. 다만 으스스한 느낌이 더 강해진 것은 나중의 일이었다.

얼마 뒤 나는 고개를 들어 구렁 건너편을 바라보았다. 그곳에서 물보라 사이로 무언가가 우뚝 솟아 있었다. 거대한 폐허의 일부처럼 보였고, 나는 토니슨의 어깨에 손을 댔다. 토니슨이 흠칫 놀라 돌아보자 나는 그것을 가리켰다. 시선이 내 손가락을 따라갔고, 그 물체가 눈에 들어오자 토니슨의 두 눈이 갑작스러운 흥분으로 번쩍 빛났다.

“가보세!” 토니슨이 굉음 위로 소리쳤다. “가서 살펴보세. 여긴 뭔가 이상하네. 분명하게 느껴지네.” 그러고는 분화구 같은 심연의 가장자리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그 새로운 물체에 가까이 다가가자 첫인상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틀림없이 어느 무너진 건물의 일부였다. 다만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구렁의 가장자리에 세워져 있는 것은 아니었다. 구렁 위로 50~60피트쯤 뻗어 나온 거대한 바위의 거의 맨 끝에 걸쳐 있었던 것이다. 사실 그 들쭉날쭉한 잔해는 말 그대로 공중에 매달려 있었다.

그 맞은편에 이르자 우리는 팔처럼 뻗어 나온 바위 위로 걸어 나갔다. 고백하건대, 머리가 아찔한 그곳에서 발아래 알 수 없는 심연을 내려다보자 견딜 수 없는 공포가 밀려왔다—그 깊은 곳에서는 쏟아지는 물의 우레와 장막 같은 물보라가 끊임없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잔해에 이르러 조심조심 타고 돌아가자, 반대쪽에 무너진 돌과 부스러기가 한 무더기 쌓여 있었다. 이제 잔해를 세세히 살펴보니, 그것은 엄청난 건축물의 외벽 일부인 듯했다. 그만큼 두껍고 단단하게 지어져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 그런 자리에 있는지는 도무지 짐작할 수 없었다. 저택이었든 성이었든, 아니 무엇이었든 간에 나머지 부분은 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토니슨은 바깥쪽의 돌과 잡동사니 더미를 차근차근 뒤지도록 남겨 두고, 나는 벽 바깥쪽으로 되돌아가 거기서 다시 구렁의 가장자리로 갔다. 그러고는 심연 가장자리의 지면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 벽 조각이 어느 건물의 일부였음은 분명했으므로, 그 건물의 다른 잔해가 남아 있지 않은지 알아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주의 깊게 땅을 살펴도 그곳에 건물이 서 있었음을 보여 주는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나는 더욱더 어리둥절해졌다.

그때 토니슨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흥분해서 내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나는 지체 없이 바위 돌출부를 따라 잔해 쪽으로 서둘러 갔다. 어쩌면 다친 게 아닐까 싶었고, 그러다 무언가를 발견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물어진 벽에 닿아 그 둘레를 타고 돌아갔다. 토니슨은 잔해 속에 손수 판 작은 구덩이 안에 서 있었다. 심하게 구겨지고 낡아빠진 책 같은 물건에서 흙을 털어 내면서, 한두 초마다 입을 벌려 내 이름을 고래고래 부르고 있었다. 내가 온 것을 보자마자 토니슨은 자신이 찾아낸 물건을 건네며, 습기를 먹지 않도록 내 어깨가방에 넣어 두라고 했다. 자신은 계속 뒤져 볼 참이었다. 나는 그렇게 했다. 다만 넣기 전에 손끝으로 책장을 죽 넘겨 보았다. 예스러운 글씨가 단정하게 빼곡히 적혀 있었고, 한 군데만 빼고는 충분히 읽을 수 있었다. 그 부분은 마치 책이 그 자리에서 뒤로 꺾여 접혔던 것처럼 여러 장이 흙투성이로 구겨져 거의 못 쓰게 되어 있었다. 토니슨의 말로는 발견했을 때 실제로 그렇게 접혀 있었다고 했다. 아마 펼쳐진 부분 위로 건물의 돌이 떨어져 망가졌을 것이다. 이상하게도 책은 제법 마른 상태였는데, 나는 잔해 속에 단단히 파묻혀 있었기 때문이라고 여겼다.

책을 안전하게 넣어 둔 뒤 나는 토니슨이 스스로 벌여 놓은 발굴 작업에 손을 보탰다. 하지만 한 시간 넘게 힘을 들여 쌓여 있는 돌과 잡동사니를 모조리 뒤집어 보았는데도, 책상이나 탁자의 일부였을 법한 부러진 나뭇조각 몇 개 말고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수색을 그만두고 바위를 따라 다시 안전한 땅으로 돌아왔다.

다음으로 우리는 거대한 구렁을 한 바퀴 빠짐없이 돌아보았다. 살펴보니 거의 완벽한 원형이었다. 다만 폐허를 이고 뻗어 나온 바위가 그 대칭을 깨뜨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 심연은 토니슨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구 속 깊숙이 수직으로 뚫린 거대한 우물이나 구덩이를 방불케 했다.

그 뒤로도 한동안 우리는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러다 구렁 북쪽으로 트인 곳이 눈에 들어와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곳에서 우리는 거대한 구덩이의 아가리로부터 몇백 야드쯤 떨어진 커다란 호수를 발견했다. 물은 고요했다—다만 한곳에서 끊임없이 거품이 일고 꾸르륵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만 빼면 그랬다.

이제 뿜어져 나오는 폭포의 굉음에서 멀어졌으므로, 목청껏 고함을 치지 않고도 서로 하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나는 토니슨에게 이곳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나는 이곳이 싫으며, 빨리 벗어날수록 좋겠다고 말했다.

토니슨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고 뒤쪽 숲을 슬쩍 훔쳐보았다. 무언가 보거나 들은 게 있느냐고 내가 물었다. 토니슨은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귀를 기울이듯 말없이 서 있었고, 나도 입을 다물었다.

갑자기 토니슨이 입을 열었다.

“들어보게!” 토니슨이 날카롭게 말했다. 나는 토니슨을 보았다가 나무와 덤불 사이로 시선을 돌렸고, 나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 긴장된 침묵 속에 1분이 흘렀다. 그래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말하려고 토니슨을 돌아보았다. 그런데 입을 여는 바로 그 순간, 왼쪽 숲에서 기묘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 그 소리는 나무 사이를 떠다니는 듯했고, 나뭇잎이 움직이며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이내 고요해졌다.

불쑥 토니슨이 입을 열며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여기서 나가세.” 그러고는 주변의 나무와 덤불이 가장 성긴 듯한 쪽으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뒤따라가던 나는 해가 낮게 기울었고 공기에는 으슬으슬한 한기가 감돌고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토니슨은 더 말하지 않고 꾸준히 걸었다. 이제 우리는 나무 사이에 들어와 있었다. 나는 불안하게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고요한 가지와 줄기, 뒤엉킨 덤불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계속 걸었다. 이따금 발밑에서 잔가지가 부러지는 소리 말고는 아무 소리도 침묵을 깨뜨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우리만 있는 게 아니라는 끔찍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바짝 붙어 걷느라 토니슨의 뒤꿈치를 실수로 두 번이나 차고 말았지만, 토니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1분, 그리고 다시 1분이 지나 우리는 숲의 가장자리에 이르렀고, 마침내 헐벗은 바위투성이 땅으로 나왔다. 그제야 나는 숲속에서 줄곧 나를 따라붙던 공포를 떨쳐 낼 수 있었다.

멀어지는 동안 한 번, 먼 곳에서 다시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나는 바람 소리라고 스스로에게 말했다—하지만 그날 저녁에는 바람 한 점 없었다.

얼마 뒤 토니슨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보게.” 토니슨이 단호하게 말했다. “세상 재물을 다 준다 해도 나는 그곳에서 밤을 보내지는 않겠네. 그곳엔 뭔가 불길한—악마적인—기운이 있네. 자네가 말을 마치자마자 한순간에 그런 느낌이 들었네. 숲속이 온통 사악한 것들로 가득 차 있는 것만 같았어—자네도 알잖나!”

“그렇네.” 나는 대답하며 그곳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지형이 솟아 있어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그 책이 있잖나.” 나는 말하며 어깨가방에 손을 넣었다.

“잘 챙겨 뒀나?” 토니슨이 갑자기 불안해하며 물었다.

“그렇네.” 내가 대답했다.

“천막으로 돌아가면 거기서 뭔가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토니슨이 말을 이었다. “서두르는 게 좋겠네. 아직 갈 길이 먼데, 이제는 날이 어두워진 뒤에도 이런 데 있고 싶지는 않네.”

천막에 도착한 것은 두 시간 뒤였다. 우리는 지체 없이 식사 준비를 시작했다. 한낮에 점심을 먹은 뒤로 아무것도 먹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녁을 먹고 나서 물건들을 치우고 파이프에 불을 붙였다. 그러자 토니슨이 어깨가방에서 원고를 꺼내 달라고 했다. 나는 원고를 꺼냈다. 둘이 동시에 읽을 수는 없었으므로, 토니슨은 내게 소리 내어 읽으라고 했다. “그리고 명심하게.” 내 버릇을 아는 토니슨이 주의를 주었다. “책을 반이나 건너뛰며 읽지는 말게.”

그러나 토니슨이 그 안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알았더라면, 적어도 이번만큼은 그런 충고가 얼마나 쓸데없는지 깨달았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작은 천막 입구에 앉아 『이계의 집』이라는 기이한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다(그것이 원고의 제목이었다). 그 이야기는 이어지는 페이지에 실려 있다.


쿠키 및 개인정보 설정

데이터를 직접 관리하세요

사용되는 쿠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허용할 쿠키를 선택해 주세요.

  • 이 쿠키는 로그인, 장바구니에 상품 추가 등 사이트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데 필요합니다.

  • 이 쿠키는 다음 방문 시 맞춤형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사이트 이용 활동 정보를 저장합니다.

  • 저희와 Shopify를 포함한 파트너는 이 쿠키를 사용해 마케팅 메시지를 최적화하고 다른 웹사이트에서 광고를 보여드립니다.

  • 이 쿠키는 사이트를 어떻게 이용하시는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 데이터를 활용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찾아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