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찰스 씨께—지난번 헤어질 때 처칠에서 몇 주 함께 지내자고 친절히 초대해 주셨는데, 그 초대에 응하는 기쁨을 더는 마다할 수 없겠어요. 그러니 지금 저를 맞아들이는 일이 찰스 씨와 버넌 부인께 조금도 불편하지 않다면,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고 싶었던 동서와 며칠 안으로 첫인사를 나눌 수 있기를 바라요. 이곳의 다정한 벗들은 살뜰한 마음으로 좀 더 머물라고 간곡히 붙들지만, 손님 대접을 좋아하고 쾌활한 분들이라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이 지금 제 처지와 심경에는 버거울 만큼 잦아요. 그래서 그곳에 저를 받아주셔서 저도 즐거운 은거 생활을 누리게 될 날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어요.
찰스 씨의 사랑스러운 어린 자녀들과도 어서 인사를 나누고 싶어요. 아이들의 마음을 얻는 데 무척 애쓸 생각이에요. 곧 제 딸과 헤어질 참이라, 저도 있는 힘껏 마음을 다잡아야 할 거예요. 아이가 사랑하는 아버지의 병환이 오래 이어지는 바람에, 어머니로서의 도리와 애정에 걸맞게 아이를 보살피지 못했어요. 게다가 아이를 맡겼던 가정교사에게 그 소임을 감당할 능력이 부족했던 건 아닌가 싶어 걱정인데, 그렇게 생각할 만한 이유가 너무나 많아요. 그래서 런던에서 가장 좋은 사립학교 가운데 한 곳에 아이를 맡기기로 결심했어요. 찰스 씨 댁으로 가는 길에 제가 직접 데려다줄 수도 있을 테고요. 보시다시피 저는 처칠에서 거절당하지 않겠다고 단단히 마음먹었어요. 저를 맞아주실 형편이 못 되신다는 걸 알게 된다면 참으로 몹시 괴로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