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옮기는 그늘
Nathaniel Sandoval
제1장
건물은 해보다 먼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옛 화물 운송로가 남쪽으로 굽어드는 자리에 선 낮고 네모난 잿빛 흙벽돌 건물이었다. 문 위에는 메스키트 들보가 걸려 있었고, 뚫린 곳 어디에도 유리가 없었다. 그해 여름 라이언은 짐을 가늠하듯 건물을 읽는 법을 배웠다. 무게가 어디로 흐르는지, 무엇이 그 무게를 받치는지, 나머지가 힘을 놓으면 무엇이 먼저 떨어질지. 이 건물은 안쪽으로 무너질 터였다. 지붕은 이미 절반이 없었다. 벽들은 근무를 마친 사내들처럼 서로에게 기대고 있었다.
라이언은 서쪽 벽을 따라 자란 덤불을 긴 자루 전정가위로 잘라냈다. 아직 그늘이 있는 동안 크레오소트 관목과 죽은 오코틸로 줄기를 소각할 더미 쪽으로 던졌다. 일찍 일을 시작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날이 막 밝으면 건물은 땅 위로 트럭 한 대 길이의 서늘한 띠를 드리웠고, 낮이 제 본색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그 안에서 한 시간은 일할 수 있었다.
뒤에서는 피터가 로더를 공회전시키고 있었다. 문짝에는 선워드 철거·자재 회수라는 글씨가 스텐실로 삐뚤게 찍혀 있었다. 한쪽 부츠는 문턱에 걸쳐 놓았고, 목줄에 매단 선글라스가 가슴 앞에서 흔들렸다. 전날 밤 피터는 일이 사흘이면 끝나고 돈은 닷새 치를 받을 거라고 했다. 라이언은 그때 셈을 해 보았다. 지금 다시 셈을 했다. 서랍장 서랍 밑면에 테이프로 붙여 둔 봉투에는 3,200달러가 들어 있었다. 피닉스 건설 기술 교육 과정에 낼 예치금은 모아 둔 돈보다 적었고, 이 계약으로 하루를 일할 때마다 그 차액이 늘어 누구도 반대하기 어려워졌다. 라이언의 어머니는 봉투에 그보다 적은 돈이 든 줄 알았다. 라이언은 그대로 믿게 두었다.
죽은 오코틸로 줄기는 잿빛이었고 가시는 줄칼 같았다. 라이언은 줄기를 잡아끌어 빼냈다. 끝이 그늘 안쪽 땅에 걸리더니 멈췄다.
밀어 보았다. 줄기는 미끄러지지 않았다. 가시가 팽팽히 당긴 캔버스 천에 박힌 못처럼 그림자 속에 박혀 있었다. 그림자는 가시 둘레에서 테두리가 또렷하게 움푹 들어간 채 버텼다.
라이언은 쪼그려 앉았다. 그 옆 땅에 손바닥을 편 채 대 보았다. 장갑 너머로 칼리치와 거친 흙 알갱이, 땅에서 올라오는 그날의 첫 열기가 느껴졌다. 줄기를 들어 올리자 오목한 자국이 메워졌다. 다시 내려놓자 자국이 되살아났다.
그림자는 벽이 드리운 자리에서 땅에 납작하게 맞붙어 있었다. 여느 그림자 그대로였다. 가장자리를 따라 가시를 끌어 보았다. 반대쪽 끝이 건물에 고정된 팽팽한 천 위로 뾰족한 끝을 긋는 감촉이었다.
라이언은 누구를 부르지 않았다. 줄기를 움켜쥔 채 여전히 쪼그려 앉아 있을 때 로더의 엔진 소리가 멎었다.
존 로버츠가 카메라를 가슴에 걸고 한 손을 든 채 건물을 돌아왔다. 피터는 이유를 묻지 않고 기계를 껐다. 누구든 버킷 앞을 가로지르면 피터는 기계를 멈췄다. 존은 피터 쪽을 보지 않았다. 덤불을 치운 땅을 빠르게 가로질러 오더니 그림자 가장자리에 무릎을 꿇고 손가락 두 개를 댔다. 한순간 스물네 살보다 어려 보였다.
“움직이지 마요.” 존이 말했다. “어느 부분도 움직이지 마요.”
“그림자잖아요.”
“들떠 있어요.” 존이 오목한 자국의 테두리를 만졌다. 손가락 마디에 흙벽돌 가루가 희끗하게 묻었다. “가장자리는 들떴는데 몸체는 아직 붙어 있어요. 콕스 씨, 밟지 마요.”
피터가 로더에서 내려왔다. 땅을 살피고, 존을 보고, 그다음 해를 보았다. 이 현장에서 피터가 유일하게 인정하는 감독이었다.
“로버츠 씨.” 피터가 말했다. “아침빛이 비치는 동안만이에요. 딱 그만큼요. 저 벽에서 첫 햇살이 벗어나면 시작할 거예요. 그렇게 하라는 작업 지시서가 있고, 투손에는 날짜를 따지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피터 씨—”
“Órale. 아침빛이 비치는 동안만요.” 피터는 로더로 돌아가 발판에 앉았다. 접은 작업 지시서는 셔츠 주머니에 넣어 둔 채 엔진을 켜지 않았다.
존은 일어나 두 손을 내민 채 벽을 따라갔다.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았다. 지난 한 주 내내 길보다 오래된 것들 곁에서 움직일 때마다 라이언이 보아 온 모습이었다. 존은 문 앞에서 멈췄다. 메스키트 상인방 밑에 손바닥을 댔다. 누군가 자귀로 네모나게 깎은 뒤, 오랜 세월이 흐르고 다른 누군가가 서투르게 다시 얹어 놓은 들보였다.
“벽돌 쌓은 줄을 보세요.” 존이 말했다. “여기. 그리고 여기. 네 번, 어쩌면 다섯 번 보수한 거예요. 흙도 다르고, 짚도 다르고, 손길도 달라요. 누군가 돈도 받지 않는 건물을 계속 고쳐 온 거예요.”
“돈을 안 받았다는 건 어떻게 알아요.”
“저것 때문이에요.” 존이 문간으로 들어서더니 북쪽 벽 안쪽에 손을 댔다. 어깨 높이의 미장 면이 길고 매끈하게 닳아 우묵해져 있었고, 그 아래 흙벽돌을 파서 만든 벽감 두 개에는 오래된 광물질이 서리처럼 끼어 있었다. “사람들이 여기서 햇볕을 피했어요. 다들 같은 벽에 등을 기대고, 벽이 닳을 만큼 오랫동안요. 그리고 저기에 물을 뒀어요. 물동이를 내주고 돈을 받는 곳이라면 물동이 놓을 벽감을 파지는 않아요. 다음 사람이 왔을 때 물동이가 가득 차 있도록 파는 거예요.”
라이언은 문 앞으로 갔다. 미장 면이 우묵하게 닳은 곳은 제 어깨 높이쯤이었다. 라이언보다 키가 작은 사람도 큰 사람도 같은 자리에 기대고 또 기댔다. 라이언의 가족이 이 카운티에서 살아온 세월보다 더 오래.
“머시 스테이션.” 존이 말했다. “누가 마케팅 부서에서 지어낸 이름이 아니에요. 길이 이곳을 그렇게 부를 때까지 그저 계속 그렇게 했던 거예요.”
“그게 왜 중요한데요.”
존이 돌아섰다. 문간에서 눈이 거의 검게 보였다. “이런 곳의 그늘은 떼어 내서 다른 곳에 놓을 수 있으니까요. 한 번. 그게 전부예요. 이 현장에서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그늘뿐이에요. 들보도 안 되고, 벽도 안 돼요.” 존은 셔츠에 손을 닦았다. “누군가 라이언 씨를 안으로 들여 더위를 피하게 해 주고, 나중에도 가족한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은 적이 있어요?”
서늘한 타일이 뺨에 맞닿아 있었다. 머리 위에서 기계들이 돌아갔다. 유리 너머로 물과 옷감이 천천히 돌았다. 한 손이 목을 짚는 동안 목소리는 라이언의 이름을 잘못 불렀다가 제대로 불렀다. 정신을 차리자 다시 철거를 앞둔 건물의 문간이었다. 손에는 여전히 전정가위가 들려 있었다.
“네.” 라이언이 말했다. “한 번요.”
“돈을 받았어요? 나중에 다 끝나고 나서요. 가족 중 누가 그 값을 치렀어요?”
“아뇨.” 제 목소리가 무덤덤해지는 게 들렸다. “주려고는 했어요. 안 받으셨어요.”
존은 누구냐고 묻지 않았다. 불편할 만큼 오래 라이언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빛 속으로 나갔다. “그럼 라이언 씨 손으로 해야 해요. 다른 손은 안 돼요.”
“다시 말해 봐요.”
“그렇게 더위를 피할 곳을 얻은 적이 있고, 살아서 그 일을 기억하는 사람이 시작해야 해요.” 존은 벽과 문간이 만나는 모퉁이에 쪼그려 앉아 금이 간 곳을 손가락으로 더듬었다. “주인도 아니고, 작업반도 아니에요. 외삼촌은 작업 지시서를 갖고 있고 러스크는 소유권 증서를 갖고 있지만, 저것한테는 둘 다 아무 의미가 없어요.” 존이 턱으로 그림자를 가리켰다. “소유권 증서가 뭔지도 몰라요. 러스크 데저트 개발이란 이름은 들어 본 적도 없고요.”
“저건 좋겠네요.” 라이언이 말했다.
존의 손길을 따라 금 간 부분이 벌어졌다. 빵 한 덩이만 한 문설주 조각이었다. 흙벽돌 속에는 손 길이만 한 메스키트 문설주가 여전히 자라 붙어 있었다. 진흙이 나무를 감싸고 나무가 진흙을 감싼, 한 덩어리였다.
“여기요.” 존이 조용히 말했다. “이게 쐐기돌이에요.”
라이언은 그 조각을 존의 손에 그대로 두었다. 전정가위는 내려놓았지만 오코틸로 줄기는 계속 움켜쥐고 있었다. 존은 건물 조각을 들고 흙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저걸 만지기 전에 치러야 할 대가를 전부 말해 줘요.” 라이언이 말했다. “제가 하고 싶어질 만한 부분만 말하지 말고요.”
존은 조각을 옆구리에 댄 채 일어섰다. 그러고는 라이언에게 대가를 말했다.
“이게 들리면 이 건물에는 다시는 그늘이 생기지 않아요. 내일도, 오십 년 뒤에도요. 그 순간부터 벽이 햇볕을 곧바로 받아 무너져 가요. 위에 아무것도 없이 뙤약볕을 받는 흙벽돌은 금방 갈라져요.” 존은 조각을 옆구리로 옮겼다. “한 번만 옮길 수 있어요. 여기로 되가져올 수도 없고, 자리를 잘못 골랐다고 나중에 한 번 더 옮길 수도 없어요. 옮기는 내내 빛이 통하지 않는 것으로 덮어 둬야 해요. 빈틈이 있으면 안 되고요. 직접 들고 옮겨야 해요. 그리고 다음번 태양이 남중하기 전에 골조에 얹어야 해요. 사람이 만든, 지붕 없이 서 있는 골조여야 하고, 넓이도 이 건물의 바닥 면적보다 커서는 안 돼요.”
“아니면요?”
“아니면 어떻게 되는지도 알게 되겠죠.”
라이언은 그림자를 보았다. 여느 그림자처럼 누워 있었고, 가시가 박혔던 오목한 자국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저절로 메워져 있었다.
“그냥 가 버리면요.” 라이언이 말했다. “이 막대기를 내려놓고 하던 덤불 정리를 마저 하면요.”
“그럼 지금껏 있던 자리에 그대로 남아요.”
“언제까지요.”
존의 턱이 움직였다. 인내심 많은 사람이었지만, 내놓고 싶은 대답은 입을 열기도 전에 바닥난 뒤였다. “외삼촌 기계가 닿을 때까지요.”
로더 발판에서 피터가 말했다. “이틀이요. 저렇게 기운 걸 보면 하루일 수도 있고요.”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서늘한 띠는 좁아졌다. 가장자리가 문턱의 돌을 넘어 닳은 문간을 덮었다. 라이언은 사슬이 점점 팽팽해지기라도 하듯, 가장자리가 움직이는 거리를 헤아렸다.
피터는 주머니에서 작업 지시서를 꺼내 펼치지 않은 채 들어 보였다. “라이. 나도 저 사람 좋아해. 하지만 저 종이에도 기한이 있고, 로더에 걸린 내 대출 채무에도 기한이 있어. 둘 중 내 사정을 봐줄 건 하나뿐이야.”
“뭐가 적혀 있는지 알아.”
“그러니까.”
라이언은 존의 도구 꾸러미 쪽으로 갔다. 달라고 하기도 전에 존이 송곳을 건넸다. 나무 손잡이 끝에 긴 오코틸로 가시를 박아 단단히 묶어 놓은 것이었다. 다른 작업에 쓴 탓에 가시 끝이 검게 물들어 있었다.
“천을 펼쳐요.” 라이언이 말했다. “쐐기돌 옆에요. 받아 낼 자리에요.”
존은 움직이지 않았다. “이 말은 한 번만 할게요. 저는 라이언 씨가 틀렸다고 생각해요. 십 년 뒤 누군가 지금 라이언 씨가 선 자리에 서겠지만, 그때는 앞에 서서 바라볼 이 건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건 오늘 아침 때문일 거예요.”
“알겠어요.”
“그리고 저는 도울 거예요.”
“알아요.” 라이언이 말했다. “천 펼쳐요.”
존은 재단의 트럭에서 밤의 천을 꺼내 털어 펼쳤다. 속까지 검은 무거운 캔버스 천이었다. 두 사람이 붙어야 접을 수 있는 천이 문 옆 흙바닥에 내려앉는 소리는 문이 닫히는 소리 같았다. 피터는 로더에서 팔짱을 끼고 지켜보았다.
“네가 트럭을 써도 된다고 한 건 아니야.” 피터가 말했다. “저게 들리는 걸 보고 나서 말할 거야. 그 전엔 아니야. 소문 하나 옮기는 걸 도와주겠다고 카운티를 가로질러 평판 트럭을 몰고 갈 생각은 없어.”
“좋아.” 라이언이 말했다.
라이언은 그림자 가장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테두리 긋기는 한 줄로 이어져야 한다고 존이 말했다. 끊어지지 않고 한 바퀴를 돌아 시작한 곳으로 되돌아와야 했다. 라이언은 문간에서 가시를 박아 넣고 선을 그었다.
다져진 모래를 뾰족한 끝으로 긋는 듯하다가, 이내 다른 무언가를 긋는 감촉으로 바뀌었다. 가시가 지나간 뒤로 그림자가 달라졌다. 시야 귀퉁이로 보였지만 똑바로 보려 하지 않았다. 납작함이 사라지고, 방수포 한쪽을 들어 올릴 때 천의 가장자리가 일어서듯 테두리가 땅에서 들뜨기 시작했다. 청바지 무릎을 뚫고 칼리치의 열기가 올라왔다. 조금씩 옮겨 가며 긋고, 옮겨 가며 그었다. 덤불을 던져 내던 서쪽 벽을 돌아가는 동안 등 뒤 능선 위로 해가 떠올라 이미 지나온 땅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첫 햇살의 경계선이 앞에서 물러났다. 라이언은 원하는 속도보다 빠르게 선을 그었다.
북쪽 모퉁이에서는 땅이 한 단 꺾여 푸석한 칼리치가 턱을 이루고 있었고, 거기서 가시가 튀었다. 다른 손을 짚어 버티며 선을 놓치지 않았지만 송곳이 손바닥 안에서 돌아갔다. 가시 끝이 가죽 장갑을 뚫고 엄지 밑 살을 파고들어 긁고 지나갔다.
라이언은 선을 계속 이어 갔다. 계속 이어 가. 다시 시작할 수는 없어. 다시라는 건 없어. 장갑 손목 띠 안으로 따뜻한 것이 고였다.
동쪽 벽을 돌 무렵 남은 그림자는 손바닥 너비였다. 라이언은 발뒤꿈치에 몸을 싣고 웅크린 채 팔을 쭉 뻗어 그 가장자리를 따라 그었다. 햇볕이 손처럼 뒷목을 내리눌렀다. 존은 캔버스 천을 가슴에 모아 안고 곁을 걸었다. 마지막 3피트가 남을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제요.” 존이 말했다. “돌을 잡아요.”
라이언은 문턱에서 선의 양 끝을 이었다. 송곳을 떨어뜨리고, 존이 헐겁게 해 둔 조각을 두 손으로 움켜쥔 뒤 잡아당겼다.
문설주에서 쐐기돌이 빠져나왔고, 그늘이 땅에서 떨어져 나왔다.
바람을 받은 돛처럼 떨어져 나왔다. 거대하고 부드러운 한 번의 움직임이었다. 검은 몸체 전체가 솟아올라 제 안으로 접혀 들더니 배수구로 빨려드는 물처럼 라이언의 두 손으로 몰려들었다. 존이 그 위로 캔버스 천을 던져 덮었다. 라이언은 그 밑으로 두 팔을 밀어 넣었다.
그리고 무게.
아무런 예고도 없었다. 한 호흡에서 다음 호흡으로 넘어가는 사이 공기가 하중으로 바뀌더니 라이언을 한쪽 무릎으로 꿇어앉혔다. 존이 끙 소리를 내고 욕을 뱉는 게 들렸다. 존은 버텼다. 형체는 있지만 가장자리는 없는 무언가 위로 캔버스 천이 불룩 솟았다. 라이언은 어깨로 밀어 받치고 일어섰다. 그것도 함께 일어섰다. 지금껏 들어 올린 어느 한 덩어리보다도 무거웠다.
그러자 아침이 사라졌다.
빛은 그대로였고 열기가 끊겼다. 천에 싸인 무게에 몸이 닿는 곳마다 낮의 기척이 뚝 끊겼다. 팔뚝에 닿던 햇볕도, 무릎을 뚫고 올라오던 칼리치의 뜨거움도, 장갑 안에 고인 피의 온기도 없었다. 압력도, 촉감도, 캔버스 천의 결도 느껴졌다. 온도가 지워져 있었다.
“차가워요.” 라이언이 말했다.
“차가운 게 아니에요.” 형체 반대편에서 존의 힘겨운 목소리가 들렸다. “차가움도 없어요. 아무것도 없어요. 이제 손의 감각을 믿으면 안 돼요, 콕스 씨. 끝날 때까지요.”
라이언은 고개를 돌렸다.
그림자가 있던 자리의 땅은 벽 밑까지 허옇게 드러나 있었다. 얼마 만인지도 모를 세월 끝에 처음으로, 건물은 제 바닥 면적 전체에 뙤약볕을 받으며 서 있었다. 빛이 문간과 빈 창문들로 들어갔다. 어깨에 닳은 미장 벽과 물동이를 두던 두 벽감이 드러났다. 건물 안에도 주위에도 더는 낮을 피해 설 곳이 없었다.
서쪽 벽 어딘가에서 책 한 권 크기의 흙벽돌 조각이 떨어져 미끄러져 내리더니 흙바닥에서 부서졌다.
피터가 로더 발판에서 내려왔다. 설계에 없는 일을 해낸 기계에 다가가듯, 입을 벌린 채 맨땅을 가로질렀다. 그늘이 있던 자리의 경계에서 멈춰 서더니 그 안에 한쪽 부츠를 디디고 제 부츠를 내려다보았다.
“라이.” 피터가 말했다.
“알아.”
“너 뭘—” 말을 멈췄다. 눈길이 벽을, 흙벽돌이 떨어져 나간 새 상처를 거쳐 피터의 조카에게로 옮겨 갔다. 천에 덮인 무언가 아래에 몸을 구부리고 서 있었고, 장갑 손목 부분으로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너 피 나.”
“느껴지지가 않아.”
“그건 대답이 아니야, mijo.”
“그거밖엔 할 말이 없어. 외삼촌, 이거 내려놓을 수 없어.”
존의 두 팔이 떨리고 있었다. 가슴 위쪽까지 바짝 받쳐 들고 있었고, 부츠는 푸석한 땅에서 밀리고 있었고, 존은 스물네 살에 체중이 160파운드였고, 그것이 떨어져 내려온 뒤로 줄곧 낮은 쪽을 떠받치고 있었다. “최소한 두 사람은 붙어 있어야 해요.” 존이 말했다. “끝까지요. 누가 잡기 전에는 저는 손을 못 떼요.”
피터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로더를 보고, 주머니 속의 접힌 작업 지시서를 보고, 햇볕 아래 서서 얼굴을 잃어 가는 건물을 보았다. 그러더니 두 언어로 욕을 하고, 떨어지지 않게 미러 선글라스를 로더 좌석에 올려놓고, 다가와 존의 손 옆 캔버스 천에 두 손바닥을 붙였다.
“잡았어요.” 피터가 말했다. “조니 씨. 제가 잡았어요. 가요.”
존이 손을 뗐다. 두 걸음 비틀거리더니 털썩 주저앉았다가 다시 일어섰다.
“평판 트럭 적재함으로 가요.” 피터가 말했다. “지금요. 제가 생각하기 전에요.”
셋은 몸을 안쪽으로 기울이고 그것을 어깨에 받친 채 훤히 드러난 땅을 가로질렀다. 라이언은 다친 손을 뻗어 평판 트럭의 옆 난간을 잡고 그 무게를 받친 채 몸을 끌어 올렸다. 강철 난간은 해가 능선을 넘은 뒤부터 햇볕을 받고 있었다. 몸을 들어 올리는 동안 난간을 붙잡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찢어진 장갑 아래 살갗에는 물집이 부풀어 올랐다. 몇 시간이 지나서야 알아차릴 물집이었다.
적재함에 올려놓았다. 피터가 곁으로 올라와 다시 손을 얹고, 잇새로 숨을 쉬며 운전석 지붕 너머의 길을 살폈다. 얼굴에 아침의 셈이 차례로 스쳐 갔다. 그 끝에는 다른 답이 나와 있었다.
“마일 표지판 너머 도로 밑 배수로가 쓸려 나갔어.” 피터가 말했다. “바로 가는 길은 끊겼어. 이걸 실은 채로는 앞 차축이 못 넘어가.”
“그럼 어떡해.”
“그럼 먼 길로 돌아가야지. 지금 당장 가는 거야.” 피터가 난간 밖으로 침을 뱉었다. “저 물건에 주어진 시간은 내일 정오까지고, 블랙탱크 도로는 밑에 모래밖에 없으니까.”
트럭이 라이언이 덤불을 치워 낸 자리로 빠져나갔다. 머시 스테이션은 뒤에 남아 밋밋한 빛 속에서 점점 작아졌다. 네 벽 모두 햇볕을 받고 있었고, 근처 어디에도 어둠은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