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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 London의 책 『야성의 부름』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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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의 부름

Jack London 지음

Jack London의 퍼블릭 도메인에 속하는 고전 · NovelSpell의 새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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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의 부름

Jack London

제1장: 원시의 세계로

벅은 신문을 읽지 않았다. 읽었더라면 자신뿐 아니라 퓨젓사운드만에서 샌디에이고에 이르기까지, 근육이 튼튼하고 길고 따뜻한 털을 지닌 모든 해안의 개에게 불행이 닥쳐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터였다. 북극의 어둠 속을 더듬던 사람들이 노란 금속을 발견한 데다 기선 회사와 운송 회사들이 그 소식을 요란하게 선전해 댄 탓에, 수천 명의 사내가 북방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이들에게는 개가 필요했다. 고된 일을 해낼 튼튼한 근육과 추위를 막아 줄 풍성한 털가죽을 갖춘, 몸집이 묵직한 개들이었다.

벅은 햇살 고운 산타클라라 계곡의 큰 집에서 살았다. 밀러 판사의 저택이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길 안쪽으로 들어선 집은 나무들 사이에 반쯤 가려져 있었고, 그 틈으로 집의 사방을 두른 넓고 서늘한 베란다가 언뜻언뜻 보였다. 자갈을 깐 진입로들이 너른 잔디밭을 굽이돌고, 높은 포플러나무의 서로 얽힌 가지 아래를 지나 집으로 이어졌다. 집 뒤편은 앞편보다도 규모가 한층 더 컸다. 마부와 소년 열두 명이 일하는 커다란 마구간이 있었고, 덩굴로 뒤덮인 하인들의 작은 집들이 줄지어 있었다. 부속 건물들이 끝없이 가지런히 늘어서 있었으며, 길게 뻗은 포도 덩굴 시렁과 푸른 목초지, 과수원, 베리밭도 있었다. 지하수가 솟는 우물의 양수 시설도 있었고, 밀러 판사의 아들들이 아침이면 뛰어들고 더운 오후에는 몸을 식히던 커다란 시멘트 수조도 있었다.

그 거대한 영지를 다스리는 것은 벅이었다. 벅은 이곳에서 태어나 생애의 네 해를 줄곧 이곳에서 살았다. 물론 다른 개들도 있었다. 이토록 넓은 곳에 다른 개가 없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 개들은 셈에 들지 않았다. 드나들며 여러 개가 모여 사는 우리에서 지내기도 했고, 일본 퍼그 투츠나 털 없는 멕시코 개 이사벨처럼 집 안 깊숙한 곳에서 눈에 띄지 않게 살기도 했다. 투츠와 이사벨은 좀처럼 문밖으로 코를 내밀지도, 땅에 발을 디디지도 않는 이상한 생물들이었다. 한편 적어도 스무 마리는 되는 폭스테리어들이 있었다. 빗자루와 대걸레로 무장한 하녀 군단의 보호 아래 창밖을 내다보는 투츠와 이사벨을 향해, 이들은 무시무시한 소리로 위협하며 짖어 댔다.

하지만 벅은 집 안에 사는 개도, 우리에 사는 개도 아니었다. 온 영지가 벅의 것이었다. 수영용 수조에 뛰어들기도 하고 밀러 판사의 아들들과 사냥을 나가기도 했다. 해 질 무렵이나 이른 아침이면 판사의 딸 몰리와 앨리스를 따라 긴 산책에 나섰고, 겨울밤에는 불길이 요란하게 타오르는 서재 벽난로 앞에서 판사의 발치에 누웠다. 밀러 판사의 손자들을 등에 태우거나 풀밭에서 굴려 주었으며, 아이들이 마구간 뜰의 분수까지, 심지어 그 너머 방목장과 베리밭까지 대담한 모험에 나설 때면 걸음마다 곁을 지켰다. 테리어들 사이에서는 위풍당당하게 거닐었고, 투츠와 이사벨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벅은 왕이었기 때문이다—밀러 판사의 저택에서 기고 꿈틀대고 날아다니는 모든 것의 왕. 인간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비 엘모는 몸집이 거대한 세인트버나드로, 판사와는 떼어 놓을 수 없는 벗이었다. 벅도 아비의 뒤를 이을 듯했다. 벅은 아비만큼 크지는 않았다—몸무게가 고작 140파운드였다—어미 셰프가 스코틀랜드 양치기개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140파운드의 몸집에 풍족한 생활과 만인의 존중에서 우러나오는 위엄까지 더해져, 벅은 그야말로 왕처럼 처신할 수 있었다. 강아지 시절부터 네 해 동안 배부른 귀족의 삶을 살아왔다.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남달랐고, 세상과 동떨어져 사는 시골 신사들이 이따금 그렇듯 조금은 자만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저 응석받이 집개로 전락하는 일만은 스스로 피했다. 사냥을 비롯한 야외의 즐거움이 군살을 막고 근육을 단단하게 다져 주었다. 찬물에 목욕하는 민족들이 그렇듯, 벅에게도 물을 즐기는 습관은 원기를 북돋우고 건강을 지켜 주는 보약이었다.

클론다이크의 금맥 발견이 온 세계의 사내들을 얼어붙은 북방으로 끌어들이던 1897년 가을, 벅은 그런 개였다. 하지만 벅은 신문을 읽지 않았고, 정원사 밑에서 일하는 마누엘이 가까이해선 안 될 인물이라는 것도 몰랐다. 마누엘에게는 떨치지 못하는 죄악이 하나 있었다. 중국식 복권 도박을 좋아했다. 도박을 할 때도 고질적인 약점이 하나 있었으니, 일정한 방식만 따르면 돈을 딸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그 때문에 파멸은 확실했다. 정해진 방식대로 도박을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데, 정원사 조수의 품삯으로는 아내와 수많은 자식에게 들어가는 돈을 대고 나면 남는 것이 없었다.

마누엘이 배신을 저지른 그 잊을 수 없는 밤, 판사는 건포도 생산자 협회 모임에 가 있었고 아들들은 체육 클럽을 조직하느라 바빴다. 마누엘과 벅이 과수원을 지나 나가는 모습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벅은 그저 산책을 하는 줄 알았다. 신호를 보내야 열차가 서는 칼리지파크라는 작은 역에 둘이 도착하는 모습도, 그곳에 혼자 있던 사내 하나 말고는 아무도 보지 못했다. 사내는 마누엘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둘 사이에서 돈이 짤랑거렸다.

“물건을 넘기기 전에 포장부터 좀 하지그래.” 낯선 사내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마누엘은 튼튼한 밧줄을 두 겹으로 벅의 목에 둘렀다. 목걸이 바로 아래였다.

“비틀면 목이 아주 단단히 졸릴 거야.” 마누엘이 말하자 낯선 사내는 선뜻 낮은 소리로 응했다.

벅은 조용히 위엄을 지키며 목에 밧줄을 두르게 했다. 물론 평소에는 겪지 않던 일이었다. 하지만 벅은 아는 사람들을 믿고, 그들에게 자신보다 더한 지혜가 있으리라 여기는 법을 배웠다. 그런데 밧줄 양 끝이 낯선 사내의 손으로 넘어가자 위협적으로 으르렁거렸다. 그저 불쾌하다는 뜻을 내보였을 뿐이었다. 자부심 강한 벅은 뜻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명령이 되리라 믿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목에 감긴 밧줄이 조여들어 숨통을 막았다. 순간 화가 치밀어 사내에게 뛰어들었다. 사내는 달려드는 벅을 맞아 목을 붙들고 바싹 끌어안더니, 솜씨 좋게 몸을 비틀어 등을 바닥에 내리꽂았다. 밧줄이 무자비하게 조여들었다. 벅은 격분해 몸부림쳤고, 혀는 입 밖으로 늘어졌으며, 커다란 가슴은 헛되이 들썩였다. 태어나 그토록 몹쓸 대접을 받은 적도, 태어나 그토록 화가 난 적도 없었다. 하지만 힘이 빠지고 눈에서 초점이 사라졌다. 열차가 신호를 받고 멈춰 서고 두 사내가 벅을 짐칸에 집어던질 때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다시 정신이 들었을 때는 혀가 아프고, 무슨 탈것에 실려 덜컹거리며 가고 있다는 것이 어렴풋이 느껴졌다. 건널목을 알리는 기관차의 쉰 기적 소리를 듣고서야 어디에 있는지 알았다. 판사와 함께 여행한 적이 워낙 많아 열차 짐칸에 실려 가는 느낌을 모를 리 없었다. 눈을 뜨자 납치당한 왕의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두 눈에 어렸다. 사내가 목을 향해 덤벼들었으나 벅이 한발 빨랐다. 그 손을 덥석 물고는, 다시 목이 졸려 의식을 잃을 때까지 놓지 않았다.

“응, 발작을 하는 놈이야.” 몸싸움 소리를 듣고 다가온 짐칸 담당원에게 엉망으로 물린 손을 감추며 사내가 말했다. “주인 심부름으로 샌프란시스코까지 데려가는 길이야. 거기 용한 개 의사가 자기는 고칠 수 있을 거라고 해서.”

샌프란시스코 부두의 한 술집 뒤 작은 창고에서, 사내는 그날 밤의 기차 여행을 두고 제 사정을 구구절절 늘어놓았다.

“이 짓을 해 주고 받는 건 고작 50이야.” 사내가 투덜거렸다. “현찰로 1,000을 준대도 두 번은 안 해.”

손에는 피 묻은 손수건이 감겨 있었고, 오른쪽 바짓가랑이는 무릎부터 발목까지 찢겨 있었다.

“딴 놈은 얼마 받았어?” 술집 주인이 캐물었다.

“100.” 사내가 대답했다. “조금도 덜 받으려 들지 않더라고. 정말이라니까.”

“그럼 합쳐서 150이군.” 술집 주인이 셈했다. “그만한 값어치는 있어. 그게 아니라면 내가 바보지.”

납치범은 피 묻은 천을 풀고 상처투성이가 된 손을 내려다보았다. “내가 광견병에 안 걸린다면—”

“그건 네가 목매달려 죽을 팔자로 태어났기 때문이겠지.” 술집 주인이 웃었다. “자, 떠나기 전에 손이나 좀 보태.” 주인이 덧붙였다.

반쯤 목이 졸려 넋이 나간 벅은 목과 혀에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느끼면서도 자신을 괴롭히는 자들에게 맞서려 했다. 하지만 놈들이 무거운 놋쇠 목걸이를 갈아 끊어 벗겨 낼 때까지 몇 번이고 바닥에 내동댕이쳐지고 목이 졸렸다. 그러고 나서 밧줄이 풀렸고, 벅은 우리처럼 생긴 나무 상자 속으로 내던져졌다.

벅은 그 지리한 밤이 다 가도록 그곳에 누워 분노와 상처 입은 자존심을 끌어안고 있었다. 대체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었다. 이 낯선 사내들은 자신을 어쩌려는 걸까? 왜 이런 좁은 상자에 가둬 두는 걸까? 까닭은 몰랐지만, 재앙이 다가온다는 막연한 느낌에 짓눌렸다. 밤중에 창고 문이 덜컥거리며 열릴 때마다 몇 번이나 벌떡 일어났다. 판사 아니면 적어도 아들들이 나타났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짐승 기름으로 만든 초의 희멀건 불빛 속에서, 술집 주인의 불룩한 얼굴이 벅을 들여다볼 뿐이었다. 벅의 목에서 반갑게 떨리던 짖음은 그때마다 사나운 으르렁거림으로 뒤틀렸다.

술집 주인은 벅을 건드리지 않았다. 아침이 되자 사내 넷이 들어와 상자를 들어 올렸다. 벅은 또 자신을 괴롭힐 자들이라고 판단했다. 남루하고 꾀죄죄한 데다 흉악하게 생긴 놈들이었다. 벅은 나무살 너머로 마구 성을 내며 날뛰었다. 그들은 그저 웃으며 막대기로 벅을 쿡쿡 찔렀다. 벅은 곧바로 이빨로 덤벼들다가, 그것이 바로 저들이 바라는 일임을 알아차렸다. 그러자 뚱하니 드러누워 상자가 마차에 실리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그때부터 벅과 벅을 가둔 상자는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기 시작했다. 급송 화물 사무소의 직원들이 벅을 넘겨받았고, 다른 마차에 실려 이리저리 옮겨졌다. 여러 상자며 소포와 함께 손수레에 실려 증기 연락선에 올랐고, 다시 손수레에 실려 배에서 커다란 기차역으로 옮겨진 뒤 마침내 급송 화물칸에 놓였다.

이틀 낮 이틀 밤 동안 그 화물칸은 비명을 지르는 기관차들 꼬리에 매달려 끌려갔다. 이틀 낮 이틀 밤 동안 벅은 먹지도 마시지도 않았다. 처음 급송 화물 담당원들이 다가왔을 때 벅은 화가 나 으르렁거렸고, 그들은 앙갚음으로 벅을 놀려 댔다. 벅이 몸을 떨고 거품을 물며 나무살에 몸을 던질 때면 웃으며 조롱했다. 밉살스러운 개처럼 으르렁거리고 짖어 대더니, 야옹거리기도 하고 팔을 퍼덕이며 꼬끼오 울기도 했다. 하나같이 어리석은 짓임을 벅도 알았다. 하지만 그렇기에 벅의 위엄에는 더 큰 모욕이었고, 분노는 커지고 또 커졌다. 배고픔은 그리 대수롭지 않았지만, 물을 마시지 못하는 것은 지독한 고통이었다. 그 때문에 분노는 열병처럼 끓어올랐다. 기실 성미가 예민하고 감각이 섬세한 벅은 그 학대 때문에 이미 고열에 시달렸고, 바싹 마르고 부어오른 목과 혀의 염증이 열을 더욱 돋웠다.

한 가지는 기뻤다. 목에서 밧줄이 벗겨진 것이었다. 불공평하게도 그 밧줄 덕에 놈들만 유리했다. 하지만 이제 밧줄이 없어졌으니 본때를 보여 줄 터였다. 아무도 다시는 벅의 목에 밧줄을 걸지 못할 것이었다. 그렇게 단단히 마음먹었다. 이틀 낮 이틀 밤 동안 먹지도 마시지도 않았다. 그 고통스러운 이틀 낮 이틀 밤 사이에 분노가 차곡차곡 쌓여, 맨 먼저 벅을 건드리는 자는 누구든 큰 화를 입을 판이었다. 눈에 핏발이 섰고, 벅은 사납게 날뛰는 악귀로 변했다. 판사조차 알아보지 못했을 만큼 달라져 있었다. 화물 담당원들은 시애틀에서 벅을 열차 밖으로 부려 놓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사내 넷이 조심조심 상자를 마차에서 내려 높은 담으로 둘러싸인 작은 뒤뜰로 옮겼다. 목둘레가 헐렁하게 늘어진 빨간 스웨터를 입은 살집 좋은 사내가 나와 마부의 장부에 서명했다. 벅은 직감했다. 저자가 다음으로 자신을 괴롭힐 자였다. 벅은 사납게 나무살에 몸을 던졌다. 사내는 싸늘한 웃음을 짓더니 손도끼와 몽둥이를 가져왔다.

“설마 지금 꺼내려는 건 아니지?” 마부가 물었다.

“꺼내고말고.” 상자를 벌리려 손도끼를 박아 넣으며 사내가 대답했다.

상자를 나르던 네 사내는 눈 깜짝할 새 사방으로 흩어졌다. 담 위 안전한 곳에 올라앉더니 구경할 채비를 했다.

벅은 쪼개지는 나무에 달려들어 이빨을 박고, 온몸을 들썩이며 나무와 씨름했다. 밖에서 도끼가 떨어지는 곳이면 안에서는 벅이 으르렁거리며 이빨을 드러내고 있었다. 벅은 미친 듯이 밖으로 나오려고 애가 탔고, 빨간 스웨터를 입은 사내는 그만큼 침착하게 벅을 꺼내는 데 열중했다.

“자, 이 눈이 시뻘건 악마야.” 벅의 몸이 빠져나갈 만큼 구멍을 벌린 사내가 말했다. 동시에 손도끼를 내려놓고 몽둥이를 오른손으로 옮겨 쥐었다.

털을 곤두세우고 입에 거품을 문 채, 핏발 선 눈에 광기를 번득이며 뛰어오를 자세로 몸을 움츠린 벅은 정말 눈이 시뻘건 악마였다. 이틀 낮 이틀 밤 동안 억눌린 격정이 가득 찬 140파운드의 분노를 사내에게 곧장 내던졌다. 허공에서 막 사내를 물려는 순간, 충격이 몸을 가로막았고 이빨이 딱 맞부딪치며 지독한 통증이 일었다. 몸이 빙그르 돌더니 등과 옆구리가 땅에 부딪쳤다. 벅은 평생 몽둥이에 맞아 본 적이 없어 무슨 일인지 알지 못했다. 짖음보다는 비명에 가까운 소리로 으르렁거리며 다시 벌떡 일어나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또다시 충격이 왔고, 벅은 땅에 세차게 처박혔다. 이번에는 몽둥이라는 걸 알았으나, 광분한 벅은 조심할 줄 몰랐다. 열두 번을 덤볐고, 그때마다 몽둥이는 돌진을 꺾고 벅을 때려눕혔다.

유난히 매서운 일격을 맞은 뒤, 벅은 기듯이 몸을 일으켰다. 너무 어질어질해 달려들 수도 없었다. 힘없이 이리저리 비틀거렸다. 코와 입과 귀에서 피가 흘렀고, 아름다운 털에는 피 섞인 침이 튀어 얼룩졌다. 그러자 사내가 다가와 코를 겨냥해 무시무시한 일격을 내리쳤다. 여태 견뎌 온 모든 고통은 이 극심한 아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거의 사자 울음처럼 사나운 포효를 내지르며 벅은 다시 사내에게 몸을 던졌다. 하지만 사내는 몽둥이를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옮겨 쥐고, 침착하게 벅의 아래턱을 붙잡아 아래로, 또 뒤로 홱 꺾었다. 벅은 공중에서 한 바퀴를 돌고 또 반 바퀴를 돈 다음 머리와 가슴부터 땅에 곤두박질쳤다.

벅이 마지막으로 달려들었다. 사내는 그토록 오래 일부러 아껴 두었던 매서운 일격을 날렸고, 벅은 온몸이 꺾여 쓰러져 의식을 완전히 잃었다.

“저 사내, 개 길들이는 솜씨 하나는 알아줘야 한다니까!” 담 위의 사내 하나가 신이 나서 외쳤다.

“난 언제든 인디언 조랑말 길들이는 쪽을 택하겠어. 일요일에 두 번을 하래도 말이야.” 마부가 마차에 올라 말을 몰며 대꾸했다.

벅은 의식을 되찾았으나 기력은 돌아오지 않았다. 쓰러진 자리에 누운 채 빨간 스웨터를 입은 사내를 지켜보았다.

“‘벅이라고 부르면 반응함.’” 사내가 혼잣말했다. 상자와 내용물을 보냈다고 알려 온 술집 주인의 편지를 인용한 것이었다. “자, 벅, 이 녀석아.” 사내는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우리 둘이 한바탕 소동을 벌였지만, 이쯤에서 끝내는 게 서로에게 제일 좋겠지. 넌 이제 네 자리가 어딘지 알았고, 나도 내 자리가 어딘지 알아. 얌전하게 굴면 일이 술술 풀리고 만사 태평일 거야. 못되게 굴면 뼈도 못 추리게 두들겨 패 주마. 알아들었냐?”

그렇게 말하면서 사내는 그토록 무자비하게 두들겨 댄 머리를 겁도 없이 쓰다듬었다. 손이 닿자 벅은 저도 모르게 털이 곤두섰으나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고 참았다. 사내가 물을 가져오자 허겁지겁 마셨고, 나중에는 넉넉한 양의 날고기를 사내의 손에서 한 덩어리씩 받아 게걸스럽게 삼켰다.

벅은 졌다(그 사실은 벅도 알았다). 그러나 꺾인 것은 아니었다. 몽둥이를 든 인간에게는 이길 가망이 없다는 것을 그것으로 똑똑히 깨달았다. 그 교훈을 배웠고, 이후 평생 잊지 않았다. 그 몽둥이는 하나의 계시였다. 원시의 법칙이 지배하는 세계를 처음으로 알려 주었고, 벅도 그 세계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삶의 현실이 한층 더 사나운 얼굴로 다가왔다. 벅은 그 얼굴을 겁먹지 않고 마주하되, 본성에 숨어 있던 교활함을 남김없이 깨워 맞섰다. 날이 가면서 다른 개들이 상자에 갇히거나 밧줄에 매여 들어왔다. 어떤 개는 얌전했고, 어떤 개는 벅이 그랬듯 광분해 울부짖었다. 벅은 그 개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빨간 스웨터를 입은 사내의 지배 아래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잔혹한 광경이 되풀이될 때마다 그 교훈은 벅에게 거듭 깊이 새겨졌다. 몽둥이를 든 인간은 법을 정하는 자이며, 복종해야 하는 주인이었다. 그렇다고 반드시 비위를 맞춰 줄 필요까지는 없었다. 벅은 비위를 맞추는 잘못만은 결코 저지르지 않았다. 다만 매 맞은 개들이 사내에게 아양을 떨고 꼬리를 흔들며 손을 핥는 광경을 보기는 했다. 비위를 맞추지도 복종하지도 않다가, 끝내 지배권을 다투는 싸움에서 죽임을 당한 개 한 마리도 보았다.

이따금 낯선 사내들이 찾아와 빨간 스웨터를 입은 사내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흥분한 목소리로, 구슬리는 말투로, 그 밖에도 온갖 투로 말을 했다. 그러다 돈이 오갈 때면 낯선 사내들은 개를 한 마리 이상 데리고 갔다. 한 번 가면 돌아오는 법이 없어 벅은 개들이 어디로 가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앞날이 몹시 두려웠기에, 자신이 뽑히지 않을 때마다 기뻤다.

하지만 마침내 벅의 차례도 돌아왔다. 몸집이 작고 쪼글쪼글한 사내가 나타났을 때였다. 사내는 서투른 영어에 벅이 알아들을 수 없는 생소하고 거친 감탄사를 잔뜩 섞어 내뱉었다.

“빌어먹을!” 벅에게 눈길이 닿자 사내가 외쳤다. “저놈, 아주 대단한 개로군! 응? 얼마지?”

“300이야. 이만하면 거저 주는 셈이지.” 빨간 스웨터를 입은 사내가 곧바로 대답했다. “어차피 나랏돈으로 사는 건데 불평할 것도 없잖아. 안 그래, 페로?”

페로는 씩 웃었다. 평소와 달리 수요가 몰려 개 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걸 생각하면, 그토록 좋은 개를 사는 데 부당한 액수는 아니었다. 캐나다 정부가 손해 볼 일도, 공문서가 더디게 전달될 일도 없을 터였다. 페로는 개를 볼 줄 알았다. 벅을 보자 천 마리에 하나 나올까 말까 한 개임을 알았다. “만 마리에 하나지.” 속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벅은 둘 사이에서 돈이 오가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마음씨 좋은 뉴펀들랜드 개 컬리와 함께 몸집이 작고 쪼글쪼글한 사내에게 이끌려 갈 때도 놀라지 않았다. 빨간 스웨터를 입은 사내를 본 것은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컬리와 함께 나왈호 갑판에서 멀어지는 시애틀을 바라보았을 때, 따뜻한 남방을 본 것도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페로는 벅과 컬리를 갑판 아래로 데려가 프랑수아라는 얼굴이 검은 거한에게 넘겼다. 페로는 피부가 거무스름한 프랑스계 캐나다인이었다. 그러나 프랑수아는 프랑스계 캐나다 혼혈인으로, 피부가 두 배는 더 거무스름했다. 벅에게는 처음 보는 부류의 사람들이었다(이후 그런 사람들을 훨씬 더 많이 만나게 될 운명이었다). 이들에게 애정이 생기지는 않았으나, 차츰 진심으로 존중하게 되었다. 페로와 프랑수아는 공정한 사람들이었다. 시비를 가릴 때도 침착하고 치우침이 없었으며, 개들을 너무나 잘 알아 개들에게 속을 사람들이 아니었다. 벅은 그것을 금세 배웠다.

나왈호의 중간 갑판에서 벅과 컬리는 다른 개 두 마리와 함께 지냈다. 한 마리는 스피츠베르겐에서 온 눈처럼 하얀 큰 개였다. 포경선 선장이 데려왔고, 나중에는 지질 조사대를 따라 불모지대에 다녀온 녀석이었다. 친근하게 굴기는 했지만 그 친근함에는 배신이 숨어 있었다. 면전에서는 웃으면서도 속으로는 못된 꾀를 꾸몄다. 첫 식사 때 벅의 먹이를 훔친 것이 한 예였다. 벅이 벌을 주려고 달려들자 프랑수아의 채찍 끝이 허공을 가르며 울더니, 먼저 도둑 녀석에게 내리꽂혔다. 벅이 할 일은 뼈다귀를 되찾는 것뿐이었다. 벅은 프랑수아의 처사가 공정하다고 판단했고, 그때부터 그 혼혈인을 점점 높이 평가하게 되었다.

다른 개는 제 쪽에서 다가가는 법도 없고 남이 다가오는 것을 받아 주지도 않았다. 새로 온 개들의 먹이를 훔치려 하지도 않았다. 침울하고 퉁명스러운 녀석이었다. 그저 자신을 내버려 두기만 바란다는 것, 그러지 않으면 탈이 날 거라는 것을 컬리에게 분명히 알렸다. “데이브”라고 불리는 이 개는 먹고 자거나 그 사이사이 하품을 했으며, 아무것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나왈호가 퀸샬럿 해협을 건너며 귀신이라도 들린 듯 좌우로 흔들리고 앞뒤로 요동치고 사납게 날뛸 때조차 그랬다. 벅과 컬리가 겁에 질려 반쯤 미쳐 날뛰자, 데이브는 성가시다는 듯 고개를 들고 무심한 눈길을 한번 주고는 하품을 하고 다시 잠들었다.

지칠 줄 모르는 프로펠러의 맥박에 맞춰 배는 밤낮없이 고동쳤다. 하루하루가 비슷했지만 날씨가 갈수록 추워지고 있다는 것은 벅에게도 분명했다. 마침내 어느 아침, 프로펠러가 잠잠해졌고 나왈호에는 들뜬 기운이 감돌았다. 벅도 다른 개들처럼 그것을 느꼈고, 변화가 임박했음을 알았다. 프랑수아가 개들에게 줄을 매어 갑판으로 데리고 나갔다. 차가운 바닥에 첫발을 딛자 벅의 발이 진흙과 아주 비슷한 희고 물컹한 무언가 속으로 푹 빠졌다. 벅은 콧김을 내뿜으며 뒤로 펄쩍 뛰었다. 공중에서도 그 하얀 것이 자꾸 떨어지고 있었다. 몸을 털었지만 더 많은 것이 몸 위로 떨어졌다. 궁금해서 냄새를 맡다가 혀로 조금 핥아 보았다. 불에 덴 듯 따가웠는데, 다음 순간에는 사라지고 없었다.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다시 해 보았으나 결과는 같았다. 구경하던 사람들이 떠들썩하게 웃었고, 벅은 왜인지도 모른 채 부끄러웠다. 눈은 난생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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