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일몰에 분필
새벽이 오기 한 시간 전, 어린 양이 거꾸로 나왔다. 콧머리가 보여야 할 자리에 가느다란 발굽 하나가 내밀려 있었다. 아담은 해산 우리에서 암양 뒤에 무릎을 꿇고 묵은 짚에 무릎까지 파묻은 채, 작고 젖은 다리를 손가락 두 개로 더듬어 다른 다리를 찾아냈다. 암양은 울타리에 몸을 대고 헐떡였다. 입김에서는 건초와 쇠 냄새가 났다. 진통이 닥치자 암양은 일어서려 했지만, 아담은 어깨로 옆구리를 누르며 한 살배기 때부터 암양을 달래 온 뜻 없는 소리를 들려주었다.
그는 인내와 손 하나가 움직일 만한 틈으로 암양의 몸속에서 새끼를 돌렸다. 그런 일이라면 아담도 알았다. 몸에는 문이 있었고, 때로 두려움이나 성급함이 그 문을 어긋나게 했다. 마침내 머리가 앞다리 사이로 나왔다. 그는 아래로 끌어당겨 미끄러운 무게를 외투로 받아 내고 엄지로 입안을 훑었다. 어린 양이 한 번 기침했다. 갈비뼈가 움직였다. 아담은 암양의 혀가 닿는 곳에 새끼를 놓았고, 암양은 새끼를 살아나게끔 핥는 엄숙하고 거친 일을 시작했다.
밖에서 양 떼가 일제히 목장 울타리를 들이받았다.
그 소리에 아담은 벌떡 일어섰다. 어린 양을 깨끗한 짚으로 옮기고 낡은 모직 외투를 여며 닫은 뒤 해산 우리 문을 나섰다. 아직 새벽빛은 골짜기 밑바닥에 닿지 않았다. 헛간 옆 한 에이커를 둘러 갓 박은 말뚝 여섯 개에 등불이 타고 있었고, 양들이 여러 해 동안 뜯어 온 풀밭 위로 흰 경계선이 말뚝과 말뚝 사이를 이었다. 양 떼는 먼 울타리에 한데 뭉쳐 있었다. 경계선에 가장 가까운 암양이 그쪽으로 주둥이를 내밀더니 어깨를 부르르 떨고 다른 두 마리를 타고 뒷걸음질 쳤다.
재커리 마틴이 왕실 여행단의 행렬 뒤로 목장 문을 닫았다. 그는 소박한 찰갑을 입은 키 크고 떡 벌어진 남자로, 한쪽 어깨에는 밧줄을 메고 팔 아래에는 접은 담요를 끼고 있었다. 또 다른 밧줄 하나가 표시된 땅에서 마을 사람들을 물려 세웠다. 그 너머에는 붉은 모직 띠 아래 파종 책을 끌어안은 자네트와 노란 목도리를 두른 앤드류, 삽을 든 애드리안, 벌써 치료사 가방을 열어 놓은 켈리 고메즈가 서 있었다. 아담이 야간 당번을 시작할 때는 아무도 없던 사람들이었다.
“내 헛간에 바짝 붙여 선을 쳤군요.” 아담이 말했다.
가까운 말뚝 곁에 있던 여자가 돌아섰다. 진흙투성이인데도 남색 외투는 반듯하게 떨어졌고, 검게 틀어 올린 머리에는 은빛이 섞여 있었다. 로라 가르시아는 전날 저녁 재커리와 스핀들 하우스의 봉인된 상자들을 데리고 짐배로 애쉬워터를 거슬러 올라왔다. 아담은 바로우덴을 지도의 빈 구석으로만 보는 관리가 오리라 생각했다. 로라는 먼저 빽빽이 몰린 양들을 보고, 이어 아담의 소매에 묻은 피를 보았다.
로라가 물었다. “당신네 어린 양인가요?”
“살았습니다. 양들을 풀밭에 못 들이게 하면 나머지는 울타리로 몰려들 겁니다.” 아담은 다시 경계선을 살피는 암양에게 고갯짓했다. “거기다 무얼 해 놓았든 저놈들이 우리보다 먼저 알아챘어요.”
로라는 양 떼를 바라보았다. “그럼 방향을 돌려 세울 수 있는 곳에 두세요. 동틀 무렵에 걷습니다.”
“우리가요?”
로라가 에이커 건너편을 가리켰다. 한가운데에는 길고 검은 자루가 달린 쇠 보습 옆에 마른 남자 하나가 서 있었다. 엘리아스 리드는 보습을 쥔 오른손을 폈다 오므렸다 했다. 다른 손가락들이 펴질 때도 손가락 하나는 굽은 채였다. 그의 발치에는 잿빛 도는 흰 흙이 담긴 얕은 잔이 놓여 있었다. 울타리에서도 비 온 뒤 마른 백악처럼 톡 쏘는 냄새가 났다.
로라는 장갑 낀 손가락 하나를 경계선 위에 얹었다. “나는 모든 변을 시계 방향으로 돕니다. 엘리아스는 한가운데를 반시계 방향으로 가르고요. 처음 열린 틈에 목적지에서 가져온 새 흙을 넣습니다. 둘 중 누구라도 방향을 어기면 작업은 끝나요. 절단 뒤 선이 무너지면 더 나쁜 일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이 한 에이커는 어떻게 됩니까?”
로라 뒤에 있던 왕실 집사가 대답했다. 그의 회색 여행복에는 겸손해 보일 만큼 작은 왕관 핀이 달려 있었다. “서쪽으로 가는 길에 쓰인다. 로드 베일이 땅 오른쪽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사용을 허가했다.”
아담은 풀밭과, 한 주가 끝나기 전에 그 위에서 새끼를 낳을 암양 세 마리를 바라보았다. “로드 베일은 이 목장에 장화 한 번 들여놓은 적 없습니다. 이 자리에는 무엇이 돌아옵니까?”
집사의 입매가 굳었다. 대신 로라가 대답했다. “목적지의 백악질 목초지입니다. 면적은 같아요. 경작지 한 에이커가 길을 한 리그 단축합니다. 여행자들이 다 건너면 그쪽 에이커가 여기에 자리 잡고, 당신들 에이커는 그곳에 자리 잡습니다. 양쪽 재봉은 사흘 밤 동안 드러난 채로 남고요.”
엘리아스가 뻣뻣한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땅은 제 몫을 장부에 남깁니다.” 그가 말했다. “커터도 마찬가지고요.” 그는 손을 오므리려 했지만 그 손가락을 손바닥까지 가져갈 수 없었다. “길이 조금이면 대가도 조금이지요.”
집사는 엘리아스 너머, 밝아 오는 동쪽을 보았다. “왕국에 필요한 길이다.”
아담은 경계선 옆에 쪼그려 앉아 안전한 쪽의 흙덩이를 엄지와 검지로 집었다. 호밀풀 뿌리가 얽힌 검은 양토였고 밤서리에 젖어 있었다. 물레실보다 굵지 않은 줄 하나 건너에도 똑같은 흙이 놓여 있었지만, 양들은 그것을 낯선 물처럼 피했다. 로라는 전날 밤 이를 정밀한 작업이라고 했다. 아담은 정밀하다는 말이 아무것도 잃지 않는다는 뜻인 줄 알았다.
“사람들을 뒤로 물려요.” 로라가 재커리에게 말했다.
재커리는 담요를 켈리 옆에 내려놓고 손가락 두 개로 옛 땅을 만진 뒤, 감시용 밧줄을 경계에서 한 걸음 더 물렸다. “이 선 뒤에 있어요. 말뚝이 기울면 소리쳐 알리고 붙잡지는 마세요. 짐승이 건너가면 아담이 맡습니다. 다른 사람은 아무도 따라가지 마세요.”
“문지기로 양치기까지 둔 왕실 도로라.” 앤드류가 말했다. “아낄 수 있는 비용은 모조리 아꼈군.”
자네트는 잘 보이는 자리를 잡으려고 울타리 아랫단에 올라섰다. “저 사람들이 건너갈 때 한 리그는 어디로 가요?”
로라는 오른쪽 장갑을 벗었다. “아무 데도 가지 않아요. 있던 곳에 그대로 있습니다. 어느 변과 어느 변이 맞닿는지만 바꾸는 거예요.”
그러고는 맨손을 첫 번째 말뚝에 대고 걷기 시작했다.
로라는 아무 의식도 없이 경계선을 따라 시계 방향으로 움직였고, 남색 옷자락은 이슬에 젖어 짙어졌다. 한가운데에서 엘리아스가 백악질 흙을 풀밭에 쏟았다. 창백한 알갱이들은 한 번 심장이 뛸 동안 제 빛깔을 지키다가 느슨하게 흩어져 뿌리 사이로 사라졌다. 엘리아스는 그 자리에 써레쉐어를 대고 로라의 진행 방향을 거슬러 돌았다. 봄땅에 쟁기가 드는 것만큼이나 소리 없이 칼날이 목장으로 들어갔다. 그 뒤로 곧고 깊은, 좁고 검은 고랑이 남았다.
능선 위로 빛이 모였다. 로라는 나직이 수를 세며 두 번째 변에서 헛간 앞을 지나갔다. 손톱 바탕에는 서리가 막처럼 끼어 처음에는 희었고, 이윽고 희미한 푸른빛을 띠었다. 로라는 손을 한 번도 문지르지 않았다. 엘리아스는 써레쉐어에 더 세게 몸을 실었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손목의 힘줄이 높이 솟았고, 에이커의 심장을 가로질러 검은 절단면이 길어졌다.
암양이 다시 울타리를 들이받자 가까운 말뚝이 헐거워졌다. 등불이 흔들렸다. 경계선이 흙을 향해 처졌다.
재커리가 이름을 부르기도 전에 아담은 헛간 문을 빠져나갔다. 암양은 표시된 풀밭에서 달아나려는 욕망에 눈이 먼 채 다른 양들 사이에 몸을 끼워 넣었다. 아담은 암양의 턱 밑을 잡아 머리를 돌렸지만 뒤에서 두 마리가 더 밀어붙였다. 문의 고정핀이 홈에서 들려 나왔다. 한순간 양 떼 전체가 아담을 흰 경계선 쪽으로 떠밀었다.
“헛간 골목을 열어 줘요.” 애드리안이 외쳤다.
아담은 아래쪽 가로울타리를 발로 차서 풀었다. 애드리안은 안전 밧줄 너머에서 반대쪽 끝을 붙들고 선을 넘지 않은 채 버텼다. 헛간으로 향하는 좁은 통로가 열렸다. 아담은 암양의 몸을 비틀어 그 안으로 밀어 넣었다. 암양이 짚을 향해 돌진하자 양 떼가 뒤따라 쏟아졌고, 발굽들이 언 마당을 두드렸다. 아담의 어깨가 재커리의 밧줄에 부딪쳤다. 그 너머에서는 헐거워진 말뚝이 더욱 기울었다.
로라가 모퉁이에 이르렀다. 멈추지는 않았다. 다음번 시계 방향 걸음에 말뚝 아랫부분을 붙잡아 손바닥 뒤꿈치로 박아 넣고 경계선을 다시 수평으로 맞췄다. 손톱에서 서리가 작은 조각으로 부서져 떨어졌다. 한가운데에서는 엘리아스의 손목이 꺾였다. 써레쉐어가 기울며 고랑 한쪽을 넓게 찢었다.
아담이 마지막 암양을 문에서 붙들고 있는 동안 재커리는 두 손으로 바깥 울타리를 밀어 버텼다. “짐승들은 다 빠졌어요.” 재커리가 말했다.
엘리아스는 써레쉐어를 똑바로 세웠다. 얼굴이 밀가루처럼 하얘져 있었다. 로라는 북쪽 변을 지나면서도 계속 수를 셌다. 둘 다 집사 쪽을 보지 않았다. 그제야 아담은 두 사람의 정밀함을 이해했다. 그것은 교환이 정해진 면적을 지키게 했고, 한 에이커가 두 에이커가 되거나 얕은 절단면이 깊은 구멍으로 벌어지는 일을 막았다. 그러나 목장을 계속 목장으로 남게 할 수도, 엘리아스의 손가락에 움직임을 돌려줄 수도, 로라의 손톱 밑 푸른 살을 데울 수도 없었다.
해가 뜨자 로라는 첫 번째 말뚝을 다시 만졌다. 에이커의 네 모퉁이가 들렸다. 바람은 전혀 불지 않았다. 떼와 뿌리, 돌과 중앙의 검은 절단면이 길고 고른 주름을 이루며 안으로 말려 들었고, 서로 만나서는 안 될 먼 가장자리들이 맞닿았다. 좁아지는 풀밭에서 종달새들이 날아올랐다. 잠시 뒤 한 에이커 전체가 땅 위에 말려 있었다. 폭이 열 보나 되는 초록 롤이었지만, 로라의 짐꾼 두 사람이 사이에 놓은 장대로 들어 올릴 수 있을 만큼 가벼웠다. 그 아래에는 경계선으로 둘러싸인 평평한 빈자리만 남았다. 움푹 팬 곳도 없고 깊이감도 없는 빈자리였다. 아담의 눈은 자꾸 사라진 땅을 채워 넣으려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짐꾼들은 도로 천을 서쪽 문까지 운반해 낡은 수레길 위에 첫 구간을 펼쳤다. 초록 목장이 부동산 포스트 사이로 폭 열 보를 유지하며 뻗어 나갔으나 먼 쪽 끝은 지나치게 빨리 가늘어졌다. 집사는 기마 전령을 먼저 보냈다. 말과 기수는 스무 걸음을 건너며 작아지더니 한 리그 밖에 서 있는 능선 너머로 사라졌다. 왕실 일행이 짐을 실은 노새들과 폭이 좁은 손수레를 이끌고 뒤따랐다. 짐수레는 한 대도 건너지 않았다. 그 틀로는 짐수레를 감당할 수 없었다. 오전 중반이 되자 마지막 화려한 외투마저 불가능할 만큼 짧아진 길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고, 바로우덴 사람들은 텅 빈 길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저걸 내 수레 밑에 깔 수만 있다면.” 앤드류가 말했다. “아침 먹기 전에 부자가 되고 저녁 먹기 전에 교수형을 당하겠군.”
“네 수레 축은 들어가지도 않아.” 애드리안이 말했다.
“그럼 작은 수레를 살 만큼 부자가 되면 되지.”
마을 사람들은 웃었지만 웃음소리는 금세 가늘어졌다. 엘리아스는 못 쓰는 손을 가슴에 묶은 채 마지막 일행과 함께 떠났다. 아담 옆을 지나기 전 그는 빈 에이커 쪽을 흘끗 보았다. 작별이 아니라 알아보는 눈길이었다. 일을 마치도록 남겨진 동료를 다른 일꾼이 바라보듯 했다.
경계선은 하루 종일 사라진 목장을 둘러싸고 있었다. 아담은 헛간으로 돌아갔다. 암양 세 마리가 더 새끼를 낳았고, 배고픔은 왕실 일정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마당을 건널 때마다 말뚝 수를 세었다. 자네트는 울타리에 앉아 거리를 빼곡히 적었다. 애드리안은 빈자리 아래쪽의 경사를 살피고 빗물이 새 길을 찾을 만한 곳을 표시했다. 켈리는 국물을 거부하고 두 손을 소매 속에 감춘 로라를 지켜보았다. 재커리는 등불과 밧줄, 물동이를 모든 선의 뿌리깊은 쪽으로 옮겼다. 집사는 서쪽 하늘이 금빛으로 물들 때까지 건초 방에서 잤다.
해 질 녘, 빈 에이커에서 낮고 메마른 노크 소리가 났다. 창백한 땅이 경계선 안에 일시에 내려앉았다. 얇은 흙 바로 밑에 백악이 깔려 있었고, 뻣뻣한 회색 풀이 듬성듬성한 포기로 덮여 있었다. 골짜기 바람은 잦아들었는데도 풀잎들은 서로 스치며 서걱거렸다. 새 잔디의 결은 바로우덴의 경사를 가로질렀다. 위쪽 목장에서 흘러온 물은 그 경계에 닿자 밝은 구슬처럼 맺혀 잠시 멈춘 뒤 소유 경계 표지를 따라 옆으로 흘렀다.
아담은 헛간 골목에서 암양 한 마리를 데려왔다. 암양은 선뜻 걷다가 앞발굽이 창백한 풀에서 한 뼘 안쪽까지 다가가자 멈췄다. 뒤따르던 양 떼도 멈췄다. 방울 소리가 일제히 끊겼다.
앤드류가 재커리의 바깥 밧줄 밑으로 몸을 숙여 들어갔다. “그냥 성질 나빠 보일 뿐이야.” 그는 장화 한쪽을 백악 쪽으로 내디뎠다.
아담은 앤드류의 노란 목도리 뒤를 붙잡고 농담이 목에 걸릴 만큼 세게 끌어당겼다. “양들을 봐.”
표지 아래에서 저녁 그림자 한 조각이 빛을 거슬러 움직였다.
그것은 백악 위가 아니라 그 아래에서 뭉쳤다. 길쭉한 형체 다섯 개가 위로 밀고 올라오며 밑에서 회색 풀을 납작하게 눌렀다. 손 하나가 손바닥부터 모습을 이루었다. 마디가 진 검은 손이었고, 소맷부리는 먼지를 끌었다. 손은 새 잔디 위를 가로질러 암양 곁으로 빠져나온 어린 양을 향해 뻗었다. 어린 양은 갑자기 찾아온 침묵에 어리둥절한 채 서 있었다.
아담은 어린 양의 갈비뼈 둘레를 움켜잡았다. 그림자 손가락은 방금까지 뒷다리가 있던 자리를 움켜쥐었고, 아담이 새끼를 끌어당기자 뒤따라왔다. 손가락 끝 하나가 백악의 선을 넘어 바로우덴의 옛 떼를 건드렸다.
그곳에서 멈췄다.
재커리가 등불 장대로 창백한 먼지를 내리쳤다. 손은 납작해졌다가 재봉을 따라 더 먼 곳에서 다시 솟아올라 소리 없이 뻗었다. 로라가 목장 울타리에 기대어 휘청였지만 목소리는 멀리까지 닿았다. “모두 옛 풀 뒤로 가요. 저것은 재봉은 차지했지만 그 너머 뿌리깊은 땅은 하나도 차지하지 못합니다.”
아담은 팔 아래서 발버둥 치는 어린 양을 안고 양 떼 속으로 뒷걸음질 쳤다. 검은 손은 아래에서 경계를 한 번, 두 번 시험하며 서로 맞지 않는 결을 따라 움직였다. 검고 뿌리깊은 양토를 만날 때마다 손가락이 꺾여 물러났다. 형체에는 얼굴이 없었지만 그 안으로 분명한 의지가 흘렀다. 어린 짐승들이 어디 서 있는지 알고 있었다.
켈리는 옛 떼까지만 건너가 로라의 손목을 잡았다. 로라가 손을 빼려 했지만 켈리는 놓지 않았다. 엄지로 맥을 짚은 켈리의 표정이 날카로워졌다.
“누구입니까?” 아담이 물었다.
“제레미 본.” 로라가 말했다. “아니면 이어진 그림자를 통해 그가 보내는 것이겠지요. 검은 고랑 덕분에 그의 손길이 닿지만, 교환된 땅이 검은 고랑과 이어지는 곳에서만 가능합니다. 이 재봉이 좁은 문을 열었어요.”
“여기서 일곱 리그나 떨어졌는데.” 자네트가 말했다. 그녀는 울타리에서 내려와 있었고 파종 책은 진흙 속에 잊힌 채였다. “그래도 우리 목장에 손을 댔어요.”
손이 가라앉았다. 몇 차례 숨을 쉬는 동안 백악 안에는 검댕보다 고운 검은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러고는 마른 풀이 다시 일어섰다. 양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집사는 외투 자락에서 창백한 먼지를 털었다. “경계 안에서 이뤄진 탐색일 뿐이다. 감시만 제대로 유지하면 다룰 수 있어.” 그는 재커리를 바라보았다. “주문하다의 지침에 사흘 밤에 관한 사항이 들어 있겠지.”
재커리의 시선은 켈리에게 붙들린 로라에게서 서쪽 능선 너머로 사라져 가는 왕실 짐꾼들에게로 옮겨갔다. “내 지침이 맡은 건 당신들 일행이었습니다.” 그는 여분의 밧줄 뭉치를 집어 한쪽 끝을 아담에게 건넸다. “이제는 이것도 맡습니다.”
아담은 어린 양을 어미 곁에 내려놓았다. “앤드류, 북쪽 등불을 맡아. 애드리안, 사람들이 배수로에 못 들어가게 해. 자네트, 이름을 적고 두 시간마다 교대시켜. 누구도 혼자 감시하지 않는다. 양들이 제 발로 이 풀을 건널 때까지 헛간 마당으로 몰고 다닌다.”
집사는 말하는 연장을 보듯 살짝 놀란 눈으로 아담을 보았다. “일을 효율적으로 조직하는군.”
아담은 뿌리깊은 문기둥에 밧줄을 묶었다. 분노 탓에 목소리는 오히려 낮아졌다. “남겨져 보며 배웠으니까요.”
어둠이 내린 뒤 그들은 가드 목록을 하스미어 공동 홀로 가져갔다. 모두의 장화에 백악이 묻어 있었다. 강 나루 위에 선 홀은 들돌로 쌓고 연기에 검어진 들보로 지붕을 얹었으며, 아담은 자신도 모르게 문이 두 개임을 세었다. 긴 수확 테이블에서 집사는 왕실 천 한 폭을 펼쳤다. 금실이 바로우덴을 측량된 구획으로 나누고 있었다. 그 아래에 자네트의 파종 책이 펼쳐져 있었고, 왕실 천은 겨울밀을 표시한 자네트의 표식을 덮었다.
켈리는 로라를 난롯가로 데려갔지만, 로라는 여전히 몸을 곧게 세우고 외투를 단단히 여민 채 앉아 있었다. 재커리는 첫 감시조와 함께 밖에 남았다. 앤드류와 애드리안은 진흙투성이에 말없이 아담의 양옆에 섰다. 집사는 지도의 네 모퉁이에 봉인용 추를 하나씩 올렸다.
“서부의 비상사태에는 더 큰 군용 도로가 필요하다.” 그가 말했다. “조건에 맞는 가장 가까운 경작지가 여기 있다. 땅 오른쪽에 대한 승인은 이미 얻었다. 경계 작업은 왕관 청구서에 따라 진행한다.”
그의 손가락이 위쪽 밀밭 단구를 짚었다.
로라는 테이블 건너 아담을 바라보았다. 피로 때문에 눈을 깜박이는 속도는 느렸지만 말은 여전히 정확했다. “이스트 크로프트.”
누군가 수색 천을 펼칠 자리를 만들려고 마을의 흙그릇을 옮겨 놓았다. 철사로 두 번 수선한 흙빛 질그릇이 아담의 팔꿈치에 닿아 있었다. 파종 때면 집집마다 제 땅에서 흙 한 줌씩을 담았고, 의회는 씨앗을 나누기 전에 그 흙을 섞었다. 빛바랜 아마포 띠에 오래된 노랫말이 그릇을 빙 둘러 이어졌다. 오래전에 죽은 이들의 손이 꿰맨 글자들이었다.
아담은 이 빠진 쪽이 자신을 향하도록 그릇을 돌렸다. 천이 움직였다. 왕실 지도 밑에서 두 줄의 글이 드러났다. 카운터워커여, 빼앗음을 돌려라. 그 아래에는 세월에 어두워진 붉은 실로 아담 자신의 이름이 놓여 있었다. 아담, 씨 뿌린 양토를 지켜라.
그는 그 글을 다시 읽었다. 수확 테이블 건너편에서 로라는 아담이 읽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집사의 금테 두른 천은 이스트 크로프트를 덮고 있었다.
